2020. 4. 7. 22:26ㆍ잡담
오늘은 아침 일찍 녹내장 관련 수술이 잡힌 날이었다.
내가 노력해서 바꿀 수 있는 일이 아님을 받아들인 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담담하게 예약시간보다 2시간 일찍 집을 나섰다.
지하철 역까지 걸어서 한시간.
걷기에 날씨가 딱이었다.
벚꽃이랑 진달래, 조팝나무도 눈에 담고
하천에서 물질하는 다양한 오리도 구경하고.
지하철역에 들어서면서 살짝 긴장되었지만,
최대한 눈을 편하게 하려고 핸드폰도 가방에 그냥 넣어둔 채로 그렇게 한 시간을 더 갔다.
안압을 쟀는데, 내 녹내장 환자 생활 중 가장 낮은 숫자가 나왔다.
어쩐지...
두 달간 눈을 누르는 느낌이 많이 없어져서 나도 긴가민가했다.
2020. 2월 병원 진료 때,
젊은 나이에 비해 시신경이 너무 많이 망가져가는 나를 안타까워하셨던 주치의 교수님.
더 이상 쓸 수 있는 안약도 없고, 그렇다고 이 상태로 두면 결국은 실명이 뻔해서
정말 착잡한 표정으로 두 달 후 수술을 하는 게 좋겠다고 하셨었다.
이 수술이 재발률이 높아서 가급적 수술은 아주 나중에 사회생활 안 할 때 하면 좋겠다셨는데..
그리고 환자들 사이에서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평이 많은 안약으로 한 개를 교체 처방하시며,
정말 기대하지 않는 말투로 이거 한번 점안해보고 안압이 그대로면 수술하는 걸로 결정했다.
정말 기대하지 않았던 기적 같은 일이다.
이게 왜 기적같으냐면,
그동안 눈에 좋다는 약은 다 먹어보고, 운동도 하고, 안약도 성실히 넣었지만
16이라는 안압은 근처도 가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교수님도 정말 다행이라고 하시며, 6개월 후에 경과를 또 보자셨다.
물론 수술은 취소되었다.
두 달간 내 일상의 변화는,
백수가 된 것, 안약 교체, 전복 진액 복용 그리고 명상과 영성에 관한 책을 꾸준히 읽은 것.
이것들 중 무엇이 어떻게 작용했든 간에 정말 행복한 날이고,
신이 나에게 다시 기회를 준 날이기도 하다.
그래서, 마음을 새로이 가진 오늘부터 1일.
그 기념으로 티스토리 블로그도 오늘부터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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