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때를 놓치지 않고 사는 법 <물 흐르고 꽃은 피네>

좋은 때를 놓치지 않고 사는 법 <물 흐르고 꽃은 피네>

2020. 6. 13. 22:20자기계발서적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갔다가 깔끔한 책 제목에 끌려 우연히 펼쳐보게 된 책입니다.

책을 쓰신 금강스님은 해남 땅끝마을 미황사의 주지스님이십니다.


처음 거의 버려진 절이나 마찬가지였던 미황사는 금강스님이 주지스님을 맡으면서 절에 들르는 사람들에게 차를 대접하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입소문이 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1_남도 답사 일번지"에 미황사에 대한 언급이 있었는데요. 그래서 더 대중들에게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땅끝으로 가는 들판을 가로지르다 보면 마치 공룡의 등뼈 같은 달마산 줄기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그 정상 가까이에는 고색창연한 미황사라는 아름다운 절이 있다. 만약 일정이 허락되어 여기에 잠시 머물며 미황사 대웅전 높은 축대 한쪽에 걸터앉아 멀리 어란포에서 불어오는 서풍을 마주하고 장엄한 낙조를 바라볼 수 있다면 여러분은 답사의 행복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은 미황사에서 진행하는 참선 프로그램에도 언젠가 참가하고 싶습니다.

스님과 마주앉아 좋은 얘기를 듣는 것처럼 잔잔하게 풀어가는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를 읽고 있으면 제 마음이 다 평화로워지고 풍요로워지는 느낌입니다. 지루하거나 어려운 문장 하나 없고, 읽을수록 한 글자 한 글자 힘이 되고 소중하게 느껴지는 책입니다. 여러 가지 머릿속 대화로 마음이 어지러울 때 한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한결같이 사는 일, 그것이 수행이다

나에게 겨울 숲을 걷는 일은 수많은 스승들을 만나는 시간이다. 나무들에게 겨울은 극복하기 힘든, 어려운 시간일 것이다.
아무리 매서운 추위라도 피하지 않고 단단하게 그 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서 있다.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봄부터 애써 만들었던 수많은 나뭇잎도 미련 없이 떨어뜨린다. 그 나뭇잎들은 내 발밑에 떨어지거나 다른 나무의 발밑에 떨어져 성장의 거름이 된다.

반면에 사람들은 조금만 추워도 옷을 껴입듯이 조금만 어려워도 어찌할 바를 몰라 주저앉거나 피해 갈 방법을 궁리한다.
나무가 말없이 겨울을 이겨내고 꽃을 피워 봄을 맞듯이 사람도 어려움을 성장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면 나무가 곧 스승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수행을 한다고 하면서, 좌목에 앉아있는 시간들로 수행의 시간을 말하고는 한다. 10년의 안거와 출가수행이 아니어도 일상의 삶이 나를 낮추고, 모든 것을 스승으로 여기는 마음이면 이번 동안거는 작은 곳에서 큰 이득이 있을 것이다.

감히 말하고 싶다. 일상생활을 떠난 고고한 수행은 없다. 차수하고 걷는 일, 합장하고 인사하는 일, 새벽예불의 고요한 시간에 젖는 그 모든 일상을 여일하게, 한결같이 사는 일, 그것이 수행이다.

 

우리가 존재하는 것은 지금 이 순간뿐이지 않는가.
짧은 기간 참선 수행을 할 때는 바다 한가운데 통나무를 붙들고 있는데, 그 통나무를 놓치면 빠져 죽을 수 있다는 절박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번뇌와 망상의 바다에서 화두 일념의 통나무를 붙들고 있어야 한다.
오롯한 마음으로 틈새가 없이, 이음새 없이 지속적으로 화두를 붙잡고 가야 한다.
그러는 사이 번뇌는 사라지고 지혜가 싹튼다.

 

'물이 흐른다'는 말은 지금 활 발발하게 살아서 새로운 것들을 환희롭게 만나라는 뜻이다. 강물은 지난날 아름다운 꽃밭을 지나왔을 때도 있었고, 노루와 달콤한 입맞춤을 하기도 했을 터이다. 폭포에서 떨어지는 공포도 있었을 테고, 웅덩이에 갇혀서 빙글빙글 제자리걸음 하며 답답했던 적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물은 지나온 것들을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물이 과거 지나왔던 아름다운 꽃밭만 생각한다면 현재 만나는 것들에 대한 불만스러운 마음으로 흘러갈 것이다. 물은 다가올 것들을 미리 생각하지 않는다. '폭포를 만나면 어떡하지?' 하면서 공포스러운 마음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깊은 웅덩이를 늘 새롭게 흐른다. 아름다운 꽃과 새들을 만나고, 신나게 미끄럼도 타고 날카로운 돌무더기도 부드럽게 감싸며 흐른다. 그렇게 모였다 흩어지기를 반복하며 흐를 뿐이다.
물은 바다로 간다는 기대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물에게는 온갖 가능성이 있다. 논밭으로 흘러든 물은 기름진 양식이 되기도 하고, 여름날 햇볕을 받아 수증기로 증발하여 더 빨리 바다에 도착하기도 한다. 가능성을 열어둔다면 무엇을 만나도 어떤 상황에서도 기쁠 것이며 좋은 기회가 된다.

 

에리히 프롬은 인간의 근본적 욕망인 식욕이나 성욕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오히려 관계에서의 고독감, 창조적 열망 속에서의 무력감, 의미 체계에서의 허무함이라는 세 가지 감정이 삶을 어렵게 만든다고 한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이 감정들을 극복하는 데 부정적인 방법을 쓰는 경향이 있다. 약자를 괴롭히면서 무력감에서 벗어나거나, 술 또는 마약으로 허무감을 극복하거나, 특정 집단에 소속되어 다른 사람을 배척하면서 고독감을 해소하기도 한다. 이 부정적인 행태로 인간은 결국 불행해지고 만다. 프롬은 이 세 가지를 극복하기 위한 유일한 답은 바로 '사랑'에 있다고 일러준다.

 

흐르는 물처럼 살기를, 현재에 깨어있기를 바라고 또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