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를 극복한 왕 <킹스 스피치>

트라우마를 극복한 왕 <킹스 스피치>

2020. 6. 14. 23:25영화

2011년(한국) 개봉작인 <킹스 스피치>를 이제야 봤습니다.

 

 

조지 6세(콜린 퍼스 분)는 연설때마다 말을 더듬는 장애가 있었다. 부친인 조지 5세는 군주는 민중과 소통해야 한다고 믿는 터라 아들의 장애를 근심한다. 조지 6세와 아내 엘리자베스는 말더듬증을 극복하기 위해, 공인되지 않은 언어치료사인 라이오넬 로그(제프리 러시 분)를 소개받는다. 라이오넬은 다른 언어치료사들과 달리 조지6세의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어 마음의 안정을 찾도록 배려한다. 이들이 점차 마음을 열어가기 시작할 무렵 부친이 서거하게 되고 그의 형이 왕위에 앉으나 곧 사임한다. 대관식에 대비해 라이오넬 로그를 자신의 언어치료사로 소개한 조지는 그가 아무 학위도 자격증도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화를 낸다. 하지만 라이오넬 로그는 제1차 세계대전의 후유증으로 말을 더듬던 병사들을 치료했던 이야기를 하며 자신감을 주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마음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며 '그게 어떤 건지는 당신도 알 것'이라고 말한다. 조지 6세는 2차 세계 대전이 발발했을 때 로그의 도움을 받아 그의 첫 전시 연설을 하게 된다.

- 위키백과 <킹스 스피치> 줄거리 -

 

여기서 조지 6세가 말더듬이가 된 원인, 바로 어린 시절부터 생긴 트라우마입니다.

트라우마는 상황이나 사건, 경험이 내 무의식에 상처를 남기는 것입니다. 그 당시에는 정상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해도 우리 마음에 영향이 남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비슷한 경험도 개인마다 받는 영향이 다르기 때문에 누군가 가진 트라우마에 대해 쉽게 그 영향의 경중을 단정할 수 없습니다.

 

조지 6세는 여러 지병을 앓고 있었는데, 특히 어렸을 적 유모의 방치로 위염때문에 자주 고생했으며, 말을 더듬었습니다. 아버지 조지 5세는 자녀들에게 엄격한 해군식으로 교육했으며 조지 6세의 남동생 헨리 왕자는 그의 아버지가 쳐다보기만 해도 기절할 지경이었다고 전해집니다. 조지 6세는 병약했고, "쉽게 겁을 먹으며 잘 울었다"고 표현되었는데 안짱다리를 고정하기 위해 부목을 착용하였으며 선천적으로 왼손잡이었던 그는 강제로 오른손잡이로 교정 받았습니다.

 

 

인생과 자신에 대한 믿음 중 대부분은 5세 무렵에 형성된다고 합니다. 이 믿음은 커가면서 조금씩 추가될 수 있지만 거의 변하지는 않는하고 합니다. 격려나 위안은 커녕 엄격한 아버지, 그리고 형의 놀림. 결국 조지 6세는 말을 시작하기도 전에 더듬으면 어떡하지 라는 두려움에서 스트레스가 시작되고 결국 자신의 날개를 묶어버리게 되는 것이죠.  

 

 

영화에서 언급되는 이 경험들이 조지 5세에게는 모두 트라우마로 작용하여, 결국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할 때 더듬는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살짝 마음을 열고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는 조지 5세에게 언어치료사인 로그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상처받았지만 위로받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한 다섯살 내면 아이는, 그 시간과 공간에서 자라지 못한채 물리적으로 나이만 먹게 됩니다. 

트라우마 극복에는 여러 방법이 있습니다. 의사와 상담하는 방법도 있구요. 저 같은 경우에는 제 마음을 스스로 다스리기 위해 명상과 잠재의식의 힘에 관한 독서를 선택했습니다. 독서를 통한 치유는 현재도 진행중이며 매일 조금씩 좋아지고 있습니다. 트라우마 극복은 우선 자신에게 그런 상처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뻔한 이야기지만, 규칙적인 운동과 긍정적인 마인드는 트라우마 극복에 정말 필수조건입니다. 오랫동안 내 잠재의식에 깊이 뿌리내린 피해의식과 부정적인 망상을 꺼내고 바라보고 용서하고 날려버리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극복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래서 내가 행복해진다면 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저는 루이스 헤이의 <치유><미러>, 데이비드 호킨스 <내려놓음> 등의 책을 읽고 트라우마 극복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조지 6세의 마음에 공감가는 부분들이 있어 짠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제가 중학교 2학년때 담임 선생님이 사회 선생님이셨습니다. 한번은 한 사람씩 일어나 자기 꿈을 말하는 날이 있었습니다. 반 아이들이 한명씩 일어나 자기 꿈을 얘기하면 선생님이 한마디씩 해주시는 방식이었습니다. 제 차례가 되었을 때 "저는 외교관이 되고 싶습니다.."라고 모기만한 목소리로 얘길했는데요. 그 때 선생님이 "외교관은 아무나 하니?"라고 말씀하셨던 그 때 교실의 공기, 선생님의 얼굴 표정, 반 아이들이 조용히 웃는 소리 그리고 빨개진 제 얼굴이 아직도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학생들에게 참 친절하셨던 선생님이셨는데 왜 저에게 그런 말을 하셨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여전히. 하지만 그때는 선생님에 대한 원망보다 '바보같이 분수에 맞지 않게 내가 왜 외교관이 꿈이라고 말했을까'하는 자책감이 온통 제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습니다. 그 경험 이후로, 남들 앞에서 하는 발표전에는 신경성 장 트러블로 항상 화장실을 가야만 했고 차라리 남들 앞에서 얘기하는 기회는 가급적 피하며 살아왔습니다.

영화를 보며 한동안 잊고 지냈던 중2때 담임 선생님이 생각났습니다. 제게 상처 줄 의도는 아니셨을 겁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니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뜻이었을 겁니다. 그랬을 겁니다. 그 기억은 더 이상 나에게 상처로 남아있지 않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와 상관없이 사랑과 있는 그대로의 인정 그리고 칭찬이 필요합니다. 트라우마가 미치는 영향이 인간의 인생에 꽤 크게 자리잡을 수 있어서, 다른 사람에게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하는 행동이나 말에 더 신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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