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라이팅(gaslighting)' 나도 모르게 조종당한다

'가스라이팅(gaslighting)' 나도 모르게 조종당한다

2020. 4. 15. 19:48자기계발서적

 몇 개월 전, 미투 관련하여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가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랭크된 적이 있습니다.

저도 이 용어를 들어본 적 있고, 어렴풋이 의미를 알고 있었지만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라면 그건 또 자신이 없어서 한번 검색해봤어요.

 

 

가스라이팅(gaslighting)

 

이 용어는 패트릭 해밀턴이 연출한 1938년 연극 가스 라이트(GAS Light)에서 유래했습니다.

연극 속 남편은 집안의 가스등을 일부러 어둡게 만들고는 부인이 집안이 어두워졌다고 말하면 그렇지 않다는 식으로 아내를 탓합니다. 이에 아내는 점차 자신의 현실 인지능력을 스스로 의심하면서 판단력이 흐려지고, 점차 남편에게 의존하게 됩니다.

상황 조작을 통해 타인의 마음에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켜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만듦으로써 그 사람을 정신적으로 황폐화시키고 그 사람에게 지배력을 행사하여 결국 그 사람을 파국으로 몰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심리학 용어입니다.

주로 친밀한 관계에서 이루어지며, 가스라이팅 구사자들은 상황 조작을 통해 상대방의 자아를 흔들어서 자신의 영향력을 증폭시킴으로써 상대방의 심리를 통제합니다. 가스라이팅 피해자는 자신에 대한 신뢰감을 잃어가게 되고 결국에는 자존감이 없어집니다. 가해자들은 상대방의 공감능력을 이용해서 상대방을 통제합니다.

 

이 연극을 기반으로 재해석한 동명 영화인 <가스등(Gaslight, 1944)>에서 배우 잉그리드 버그만이 가스라이팅 당하는 여주인공의 심리를 아주 잘 연기했어요. 76년 전 영화지만, 지금 봐도 몰입도가 상당한 영화입니다. 유튜브에서 검색하시면 무료로 보실수 있어요. 

 

 

영화 <가스등>의 한 장면

 

 

 


 

 

생각해 보니, 딱 가스라이팅에 맞아 떨어지진 않지만

저도 이런 심리적 학대를 경험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끝도 없이 추락하는 내 자존감과 1년 365일 중 300일은 우울했던 내 일상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고,

또 알려고 하지도 않았어요. 무엇보다 내 경험과 생각들에 대한 불신이 커졌구요.

한마디로 내가 하는 모든 생각이 잘못된 것만 같은 느낌.

 

오랜 세월, 상대가 반복적으로 나에게 하는 얘기들이 내 무의식에 뿌리를 깊게 내렸고,

결국 그 잘못된 믿음이 내 자신의 몸과 마음을 갉아 먹던 터널 속 긴 시간이었습니다.

그 터널을 빠져 나오기까지 정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 했습니다.

(가장 큰 도움을 받았던 것은 역시 책이었어요.

내 자존감을 업시켜준 책들도 앞으로 한번씩 리뷰를 해볼까 합니다.)

 

그 때의 상대방이 내게 악의적인 의도를 갖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나에게 반복적으로 했던 말들은 분명 부정적이고 나의 가치를 제한하는 말들이었으니

어쩌면 나도 타인에게 그런 말들을 내뱉는건 아닌지 되돌아볼 일입니다.

 

 


 

저명한 심리치료사인 로빈 스턴이 이 영화에서 영감을 얻어

자신도 모르게 남에게 조종당하는 현상을 '가스등 이펙트'라고 명명했습니다.

그의 책은 바로 "가스등 이펙트"

 

 

가스등 이펙트 / 로빈 스턴

 

 

 

출판사 서평중에서

 

이 책은 스스로 파악하기 어려운 가스등 이펙트를 진단하는 방법과

원인 규명, 심화되는 양상, 해결책 모색 등을 통해 사례 속 인물들이 어떻게 변화하고 문제를 해결했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가스등 이펙트가 심화되는 3단계와 가해자의 세 가지 유형을 구체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정신적으로 예속되는 것은

자신이 유능하고 좋은 사람이며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그에게서 확인받으려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스등 이펙트의 가해자는 대부분 부모, 애인, 배우자, 상사, 스승처럼

피해자가 사랑하고 신뢰하거나 최소한 자신을 평가할 만한 권위가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이다.

 


저자는 예속이 심화되는 양상을 3단계로 정리했다.

 


1단계 ‘불신’이 시작되는 시기로, 상대방과의 가벼운 말다툼이나 다른 갈등을 통해 스스로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상대방과 의견이 엇갈릴 때 발끈하며 설득하려 애쓴다면, 이미 가스등 이펙트가 시작된 것이다.

돈을 펑펑 쓴다는 배우자의 비난이나 스타일이 우스꽝스럽다는 어머니의 빈정거림,

자신의 업무 능력을 저평가하는 상사의 지적에 대해 반박하며 그들이 자신을 반드시 이해하게 만들려고 한다면,

그들의 영향력에 사로잡히기 쉽다.

 


1단계의 상태가 일상화되면 2단계에 이르게 된다.

아직 남아 있는 독자적인 사고와 감정을 방어하려 애쓰는 ‘자기 방어’의 단계로 상대방과,

또는 혼자 머릿속으로 자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끝없는 논쟁을 벌이며 기진맥진한다.

상대방과의 관계로 빚어진 문제들에 극도의 에너지를 쏟으며 이미 상대방의 관점이 머릿속에 침투한 상태다.

 


3단계는 ‘억압’의 단계로 상대방의 인정과 사랑을 갈구하지만, 그럴 수 있다는 희망마저 포기한다.

전반적으로 우울해지고 삶의 의욕을 상실한다. 상대방과 싸울 힘도 없어, 아예 무조건 맞춰주기도 한다.

저자는 이 단계를 ‘영혼을 파괴하는 시기’라고 일컫는다.

이 단계에 이르러 피해자는 상대방의 관점을 전적으로 받아들이며 스스로를 비난할 근거로 삼는다.

그리고 자신이 전에는 어떻게 생각했는지, 어떤 사람이었는지도 점차 잊어버리게 된다.

 


항상 이 3단계를 다 거치는 것은 아니다. 1단계나 2단계에서 관계를 정리하거나, 1단계와 2단계를 계속 반복하기도 한다.

 


저자는 가해자의 유형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었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소리를 지르며 피해자를 비난하는 가해자는 난폭한 유형으로

피해자는 그가 언제 감정을 폭발시킬지 몰라 항상 눈치를 살피며 전전긍긍한다.

폭력적인 남편이나 억압적인 상사를 예로 들 수 있다.

 

매력적인 유형은 연인에게서 볼 수 있는데,

불안정하고 예민한 성향은 이성에게 오히려 연민과 애정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는 그의 자아도취적 성향을 낭만적인 사랑으로 오해하고,

그의 무책임한 행동에 대해서는 갖가지 해석과 추측을 달아 자신이 원하는 신비로운 이미지로 재창조한다.

 

선량한 유형은 부모나 단짝 친구, 충실한 배우자처럼

피해자를 위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알아채기가 가장 어렵다.

그러나 그들은 사실 피해자를 위하기보다는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애쓰는 것이며,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일방적으로 강요하기 때문에, 피해자는 불평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비참해진다.

많은 가해자들이 난폭한 유형과 선량한 유형, 매력적인 유형을 오가며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더욱 혼란을 느끼게 된다.

 

 


 

책은 이러한 치명적인 압력으로부터 자신을 자유롭게 하는 방법은

쉽지는 않지만 의외로 간단하다고 얘기합니다.
바로 자신이 이미 좋은 사람이고, 유능하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므로 

상대의 인정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 이해하는 일이며, 
우리가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하더라도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훌륭한 사람이라는 자아 정체감을 가질 때, 

우리는 자유를 향한 첫발을 내딛게 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내 마음과 생각을 바꾸는 일은 

저자의 말처럼 간단하지만 쉽지 않은 일입니다.

 

게다가 무력감이나 암울함은 우애깊은 형제와도 같은

절망, 불안감, 죄책감, 비난, 낙담, 걱정, 실망의 생각으로 언제든 환승할 가능성이 높거든요.

 

 

그.래.도.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성공사례들을 실천해 보는게 정말 중요합니다.

책을 읽기만 해서는 소용이 없습니다.

제가 그랬답니다...

 

 

어디선가 "내가 하는 말은 하늘에 새기는 주문"이라는 걸 본 적이 있어요.

내가 무심코 던지는 말,

그 말을 듣고 있는 나에게도 좋든 나쁘든 영향을 줍니다.

 

 내가 평소에 타인에게 듣는 말과

내가 평소에 타인에게 하는 말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덧)

참고로, 제가 좋아하는 이동욱 배우와 임시완 배우가 나오는

2019년,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의 스토리도 가스라이팅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둘 다 잘생겼는데 무서워....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의 한 장면